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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파이낸셜뉴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중국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여파에 뚜렷한 온도차를 보였다. 인터넷과 중국 기술주에 투자하는 ETF의 상승률은 약진한 반면 반도체는 후진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0일부터 31일까지 약 2주간 국내 ETF 시장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종목은 'TIGER 차이나항셍테크'로 이 기간 8.36% 상승했다. 레버리지, 인버스 종목과 일평균 거래량 10만주 이하 종목은 조사 대상에서 제외한 기준이다. 이어 'KODEX 차이나항셍테크'가 이 기간 7.84% 상승하며 뒤를 바짝 쫓았다.
두 상품은 모두 항셍테크 지수를 기초지수로 삼고 있다. 항셍테크 지수는 중국을 대표하는 빅테크 기업 30개를 모아놓은 지수다.
인터넷에 투자하는 상품도 양호한 성적을 냈다. 이 기간 'TIGER 인터넷TOP10'은 7.42% 상승하며 수익률 3위에 올랐다.
전 세계에 충격을 안긴 딥시크의 등장에 관련 수혜주들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20일 중국 딥시크가 출시한 딥시크 R1은 저비용으로 오픈 AI의 챗 PGT에 맞먹는 성능을 갖추면서 시장에 파란을 일으켰다.
상상인증권 최승호 연구원은 "딥시크가 시장에 충격을 준 이유는 고성능의 모델을 구현하는 데 있어 압도적으로 높은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함의를 던졌기 때문"이라며 "딥시크의 방법론을 제대로 따라할 수 있다면 그간 인프라 비용 투자가 어려워 진행되지 못했던 국내외 AI 개발이 더 활발해질 수 있다. 이는 인터넷 기업의 수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청한 한 ETF 연구원은 "지난달 셋째주까지만 해도 원전, 전력 관련 상품이 강세를 보였다면 딥시크의 등장으로 분위기가 완전히 전환됐다"며 "이외에도 중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재정 정책을 내놓고 있고, 미국의 중국 관세가 시장의 우려만큼 심하지 않아 자금 이동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바이오, 로봇 관련 ETF도 수익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RISE AI&로봇(7.38%)', 'TIGER 바이오TOP10(6.62%)', 'KODEX K-로봇액티브(5.63%)', 'RISE 바이오TOP10액티브(5.39%)' 등이다.
반면, 반도체 관련 ETF는 줄줄이 급락했다. 딥시크의 충격으로 글로벌 반도체 대장주인 엔비디아를 포함한 국내외 반도체주가 크게 흔들린 영향이다. 이 기간 'ACE 엔비디아밸류체인액티브'는 4.05% 떨어지며 하락률 2위에 올랐다. 이외에도 'TIGER 엔비디아미국채커버드콜밸런스(합성)'이 3.38%, 'TIGER Fn반도체TOP10'와 'TIGER 반도체'가 각각 3.31%, 3.16% 떨어져 하락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아이엠증권 송명섭 연구원은 "딥시크의 성공은 반도체 산업에 위기이자 기회가 될 것"이라며 "다만 엔비디아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된다. 엔비디아의 성장 모델에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hippo@fnnews.com 김찬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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