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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박스피의 이유

파이낸셜뉴스 2025.02.06 18:32 댓글 0

박지연 증권부
지난해 12월 10일 야3당 정무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한국거래소를 찾은 일이 있었다. 증시 현장점검이라는 이름으로 열린 방문의 목적은 이미 알 것도 같았다. 그 전날인 9일 코스피가 하루 만에 2.78% 하락해서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1차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부결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 여파에 지수가 급락했다는 뉴스가 그날 신문을 도배했다.

의원들의 발언을 요약하면 기승전 '탄핵'이었다. 윤 대통령 탄핵안 부결로 증시가 폭락했으니, 조속한 탄핵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경제성장률과 내수의 둔화, 외국인 자금 이탈 등의 구조적 배경을 언급하다가도 결론은 단 하나로 귀결됐다.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관련 질의를 하는 취재진에게 "오늘 방문 취지에 관한 질문을 부탁한다"는 의원도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의원들이 방문했던 그날 코스피는 1% 넘게 올랐다. 2차 탄핵안 가결 전인데도 지수는 그 주 무려 5.6%나 상승했다.

국회가 국내 증시를 정치무대로 적극 활용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금투세·상법 개정 시행 여부를 두고 정쟁이 격화됐던 지난해 하반기 이후 여야는 핑퐁을 하듯 한 차례씩 거래소를 방문했다. 당시 여당은 야당의 금투세 시행 폐지를, 야당은 여당의 상법 개정 동참을 촉구했다. 지난한 논쟁 끝에 금투세는 작년 말에야 여야 합의로 폐지됐지만, 상법 개정은 자본시장법 개정과 충돌을 빚으며 결론을 맺지 못하고 있다.

정쟁을 걷어내고 한국 증시가 왜 줄곧 박스피를 벗어나지 못하는지 이유를 바로 봐야 한다. 국내 상장기업의 기업 가치를 상승시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로 정부가 내놓은 밸류업 정책은 출범 1년을 맞았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해묵은 지배구조 이슈를 해결하고 기업은 단순 정보 제공을 넘어 의사결정 과정 전반에 주주의 목소리를 반영하도록 실질적인 법 개정이 필요하다. 국장은 '단타', 미장은 '장투'라는 말이 번진 것처럼 투자자 마음속 깊이 뿌리 박힌 국장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고 장기투자 문화를 확산시켜야 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은 이날 거래소에서 열린 '한국 증시 활성화를 위한 토론'에 참석, "마지막 기회"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국내 증시 활성화를 호소했다. 정치 셈법에 가려져 있던 한국 증시의 고질적인 문제에 집중해야 할 때다.




nodelay@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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