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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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국 대통령이 1월 20일(현지시간) 워싱턴 연방의사당에서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첫 100일 동안 뉴욕 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대통령 취임 첫 100일 기록으로는 1973년 리처드 닉슨 이후 두 번째로 저조한 성적을 냈다. EPA 연합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기 행정부 첫 100일은 뉴욕 증시 역사상 역대 두 번째로 저조한 성적을 낸 첫 100일인 것으로 분석됐다.
‘워터게이트’로 탄핵에 몰리자 사임한 공화당의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 최악의 성적이다.
새 행정부가 들어서면 100일 동안은 ‘허니문’을 보내면서 대개 증시가 상승세를 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뒤에는 정책 불확실성과 고관세 정책으로 인해 증시가 급락했다.
뉴욕 증시 시황을 폭넓게 반영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은 트럼프가 1월 20일 취임한 뒤 지난 25일까지 7.9% 급락했다.
CNBC는 28일(현지시간) CFRA리서치 분석을 인용해 이는 새 행정부 출범 첫 100일 기록으로는 닉슨 전 대통령 2기 출범 당시였던 1973년에 이어 두 번째로 저조한 성적이라고 보도했다.
닉슨은 재선에 성공한 뒤 오일쇼크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낮추기 위한 경제 정책들을 잇달아 내놨고, 그 여파로 닉슨 2기 행정부 출범 첫 100일 S&P500은 9.9% 폭락한 바 있다. 이때 미 경제는 침체에 빠져들어 1975년까지 침체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닉슨은 1974년 워터게이트 스캔들로 사퇴했다.
이는 일반적인 새 행정부 출범 허니문 기간 증시 흐름과 상반된다.
CFRA에 따르면 S&P500은 1944년부터 2020년까지 대개 새 행정부가 들어서면 첫 100일 동안 상승세를 탔다. 평균 상승률은 2.1%였다.
공화당이 증시에 도움이 된다는 통념과 달리 대개 공화당보다 민주당이 백악관을 차지했을 때 지수 상승률이 높았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FDR)가 집권했던 1945년 첫 100일 동안 상승률이 10.4%로 가장 높았고, 두 번째는 존 F 케네디 대통령 당시인 1961년으로 상승률이 8.9%에 이르렀다.
세 번째로 높았던 때는 조 바이든이 취임했던 2021년으로 이때 S&P500은 첫 100일 동안 8.5% 폭등했다.
2009년 버락 오바마 1기 집권 첫 100일 동안 S&P500 상승률이 8.4%로 4위, 2013년 오바마 2기 집권 첫 100일 상승률이 7.5%로 6위를 기록했다.
모두 민주당 대통령들이다.
공화당 대통령 가운데는 조지 W 부시의 아버지인 조지 H 부시가 취임한 1989년이 가장 성적이 좋았다. 부시 행정부 출범 첫 100일 동안 S&P500은 8.0% 급등해 상승률 5위를 기록했다.
트럼프는 1기 행정부 출범 당시였던 2017년 첫 100일 동안 S&P50이 5.0% 상승해 상승률 7위를 기록했지만 올해 2기 행정부 출범 이후로는 역대 두 번째로 저조한 성적을 냈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증시 성적은 그가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승리했던 때와 극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자 시장은 규제 완화와 감세 기대감으로 들떴고, S&P500은 사상 최고로 치솟기도 했다. 11월 5일 대선 승리 이후 1월 20일 취임까지 S&P500은 3.7% 상승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관세를 부과했다가 이를 유예하고, 다시 특정 품목 관세를 도입하기도 하는 등 오락가락 행보와 보호무역 정책 속에 증시는 내리막 길을 걸었다.
특히 시장에서는 트럼프의 강경한 보호주의 정책이 미 경제를 침체로 몰고 갈 것이란 우려가 높았다.
이달 들어서는 트럼프가 2일 대대적인 상호관세를 발표하면서 3일과 4일 이틀 동안 증시가 폭락했고, S&P500은 순식간에 약세장에 들어서기도 했다. 약세장은 고점 대비 20% 이상 주가가 하락한 경우를 말한다.
증시 폭락과 채권 시장에서 외국인 매도 물량이 폭주하자 기겁을 한 트럼프는 9일 전격적으로 상호관세 90일 유예를 발표해 시장 충격을 누그러뜨렸다.
지난 주에는 증시가 22~25일 나흘을 내리 뛰면서 상승흐름을 보였다.
그러나 이는 가짜 상승이라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증시 약세 흐름 속에 간간이 오름세가 나타나는 ‘약세 랠리’라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미 주식연감 편집자 제프리 허시는 “모두가 이쯤에서 바닥이 형성되기를 고대하고 있지만 이는 그저 약세장 랠리에 불과할 수 있다”고 비관했다. 허시는 “우리는 여전히 숲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면서 “워싱턴 정책이 명확하지 않고, 계속 불확실하다”고 강조했다.
뉴욕 증시는 28일 M7 빅테크를 중심으로 하락세로 방향을 틀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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