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밸류업 1년 (中)
작년 9월30일 이후 6.97% 올라
코스피·코스닥보다 선방했지만
시장 평가·미래이익 기대 부진
기업가치 제고 발표 종목 55%
선정·퇴출 기준 여전히 모호
'KRX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여전히 1000선에서 정체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기업 가치 우수 기업에 대한 시장 재평가와 투자를 유도하고, 이를 통해 기업이 스스로 밸류업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하는 유인책으로 개발됐지만 종목 선정 및 퇴출 기준조차 모호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효과 제한적… PER·PBR 역성장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리아 밸류업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5.84p(1.52%) 오른 1061.32에 장 마감했다. 지난해 9월 30일 발표 당시 992.13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69.19p(6.97%) 상승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가 1.81% 상승하고 코스닥 지수는 오히려 3.25 % 내린 것에 비해 선방했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 출범 당시 유사하다고 비교됐던 코스피 200과 KRX 300 지수는 이 기간 각각 2.04%, 1.14% 올랐다.
하지만 기대했던 정책 효과에 비해서 성과가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최고치는 올해 3월 26일 1059.58, 최저치는 지난달 9일 904.29이다. 기준 지수인 1000과 비교해 ±10% 범위 내 등락했다.
지난 13일 기준 배당수익률이 2.44%에서 2.77%로 높아졌지만, 밸류에이션 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8.35배, 0.91배로 지수 발표 시점보다 오히려 떨어졌다. 코스피·코스닥 지수 대비 PBR·PER이 낮은 데다가 지난해 9월 30일 이후 하락 폭도 가장 컸다. 밸류업 기업에 대한 시장 평가나 미래 이익에 대한 기대감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지수 성과가 저조한 가장 큰 이유로는 모호한 종목 선정 기준이 꼽힌다. 주주환원 정책에 적극적이던 KB금융이 빠지고 밸류업 공시도 하지 않은 삼성전자가 편입되는 등 도입 초기부터 종목 선정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는 비판이 일었다. 그러자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말 특별변경을 통해 지수에 KB금융, 하나금융지주, 현대모비스, SK텔레콤, KT 등 5개 종목을 신규 편입했다.
■"편입 기준 재설계해야"
지금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코리아 밸류업 지수에 포함된 105개 종목 중 이날까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기업은 58곳(55.24%)뿐이다. 미공시 기업 중 한화에어로스페이스만 공시를 예고했다. 이행 현황까지 공시한 회사는 KB금융·메리츠금융지주·우리금융지주·KT 등 4곳에 그쳤다. 특히 오는 6월 재조정을 앞두고 혼란이 커지는 상황이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조기 공시기업 특례 편입, 표창 기업 특례기업 및 공시이행기업 우대편입 등을 통해 점차 공시기업 중심으로 지수를 전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밸류업 지수 편입을 위한 공시 마감이 지난달 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종목이 크게 바뀔 수 있는 상황에 처했다. 시가총액 1위 삼성전자도 기한 내 기업가치제고 계획을 공시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지수 편입으로 득될 게 별로 없다고 생각하니 밸류업 공시를 안 한 게 아니겠냐"라며 "오히려 정부에서 삼성전자가 들어와서 정책 흥행이 되길 바라고 있으니 입장이 반대로 됐다"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정책 효과 제고를 위해 지수 선정 기준을 목적에 맞게 재설정하고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예를 들어 '5단계 스크리닝'에서 1단계와 5단계 요건이 중첩된 측면이 있고, 기준에 시가총액이 반영된 것은 작은 기업에 치명적"이라며 "지수 선정 요건을 더 세분화하고 각각의 논리도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밸류업을 잘하는 기업과 앞으로 잘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을 나눠 지수를 구성해야 열심히 하려는 기업에 동기를 부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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