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마저 넘어가 2정당 험로 예고
연말까지 당권경쟁 자제 분위기 속
차기 원내대표 놓고 신경전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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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 마련된 제21대 대통령선거 국민의힘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던 공동선거대책위원장들이 자리를 떠 자리가 비어 있다. (공동취재) /사진=뉴시스화상 |
제21대 대통령 선거 패배로 의회 권력에 이어 정권까지 내준 국민의힘은 거센 후폭풍에 직면하게 됐다. 패배 책임론을 둘러싼 친윤계와 친한계를 포함한 비윤계 간 내홍이 심화될 전망이다. 당분간 침체기를 거쳐 당권 주도권을 놓고 치열한 수싸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친윤계는 폐족으로 전락하고, 한동훈 전 대표를 위시한 친한계가 당권 장악을 위한 숨고르기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대선 기간 자제해왔던 계파 갈등이 수면으로 부각되면서 한 전 대표의 목소리도 커질 것으로 보여 새 원내대표 선출을 놓고 계파 간 헤게모니 다툼이 본격화될 조짐이다.
무엇보다 대선 패배로 국민의힘이 '여대야소' 정국 속에서 원내 영향력이 급격히 위축된다는 점이 지도부로선 뼈아픈 대목이다. 특히 입법부에 이어 행정부까지 장악한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간 견고한 단일대오가 형성돼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큰 경기침체 상황에서 각종 민생법안 처리와 경기회복용 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주요 의제에서 끌려다닐 가능성이 높다.
■힘 빠진 친윤… 목소리 높이는 친한
3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107석 의석 중 친윤계는 60명 이상, 친한계는 20명 미만으로 구성됐다.
KBS·MBC·SBS 지상파 3사가 발표한 출구조사에서 이재명 후보가 51.7%의 득표율로 김문수 후보(39.3%)를 12.4%p 차로 제칠 것으로 분석(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0.8%p)되는 등 박빙을 기대하던 예상에서 벗어나면서 친윤계의 영향력 감소는 불가피해졌다는 지적이다.
대선 패배 이후 계파 갈등이 부각되는 것에 대한 부담도 상존하지만, 대선 패배 책임론으로 당내 구도를 뒤바꿀 시점이란 점에서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친한계의 거센 반격이 예상된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이번 패배로 김문수 후보를 비롯한 친윤들의 전면적 퇴장이 불가피하다"면서 "결국 한동훈 전 대표가 다시 들어설 것이고,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는 상당 기간 고난의 길을 걸어야 된다고 본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당내 많은 세력을 유지하는 친윤계가 쉽게 주도권을 내주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상당한 충돌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계파색이 옅으면서도 친한계 색채가 다소 있는 김도읍·김성원 의원 등이 후임 원내대표로 거론돼 완충 작용을 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정권 내줘… 쉽지 않은 원내 2정당
국민의힘은 이제 민주당과 대결 전략을 마련하는 데 당력을 모아야 하지만 대선 후유증 극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크다. 민주당이 거대의석을 앞세워 법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해오던 상황에서 의석수에서 밀리는 국민의힘이 꺼낼 카드가 마땅치 않아 원내 전략 세우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내부투쟁과 함께 대선 패배에 따른 원내 2정당으로서의 영향력 위축으로 국민의힘 앞에는 험로가 예상된다.
내년 지방선거까지 구심점이 될 만한 요소가 부족해 새로운 리더십을 만들어내는 게 급선무이지만 안팎에서 동시에 투쟁을 벌여나가기엔 쓸 에너지가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계속 남아있는 계엄과 탄핵 여파, 사정당국의 압박도 국민의힘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면서 여러 장애물을 차근차근 극복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국민의힘은 앞으로 굉장히 힘들 텐데, 내년 지방선거까지도 힘들 것이라고 본다. 심하면 분당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면서 "법안 처리 과정에서 원내 정당으로서 입김이 약해질 수 있는데 그걸 헤쳐나갈 리더도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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