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와의 3연전에서 안정적인 수비... 유격수, 3루수 모두 수준급
타격에서도 3연전에서 5안타 경기
5일 경기에서는 간담 서늘한 타구 날리기도
작년 겨울 팔꿈치 미세골절로 4개월간 훈련 못해
황금사자기, 청룡기 연속 MVP 출신
투수 거르고 박준순 선택한 두산, 대성공 분위기에 함박웃음  |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9회말 2사 주자없는 상황 두산 박준순이 안타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
[파이낸셜뉴스] 두산 베어스는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6번 지명권을 쥐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김영우(
LG) 등 투수 선택을 점쳤고, 현장에서도 키움 히어로즈가 7번에서 박준순을 지명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돌았다. 김혜성의 메이저리그 진출 선언이 가져온 나비 효과였다. 하지만 두산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박준순을 6번에 호명했다.
이 파격은 단순한 지명이 아니었다. 내야 세대교체를 향한 두산의 명확한 선언이자, ‘포스트 허경민’을 향한 구단의 선제적 투자였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지금, 두산의 모험은 ‘정답’이 되어가고 있다.
 |
두산 박준순이 KIA전에서 안타를 때려내고 있다. 뉴스1 |
6월 3~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KIA와의 3연전은 그야말로 박준순의 쇼케이스였다. 유격수로 출전한 첫 날, 왼쪽으로 빠지는 타구를 균형이 무너진 채 잡아낸 뒤 정확한 송구로 아웃을 이끌어냈다. 유격수 수비가 익숙하지 않은 박준순의 수비에 모두가 깜짝 놀랐다.
이튿날 3루수로 자리를 옮긴 박준순은 더욱 빛났다. 1회 박찬호의 바운드 땅볼을 점프 캐치해 처리한 장면은 단연 백미였다. 위기 상황에서도 침착했다. 2회, 3루 주자를 홈에서 잡아내는 송구는 흠잡을 데 없었고 그외 6개의 타구를 모두 무난하게 처리했다.
3루수에게 가장 중요한 송구 정확성 역시 일품이었다.7회 전진수비 중 실책 하나는 있었지만, 이는 성장통에 불과하다. 차분한 발 스텝과 강한 어깨, 무엇보다 수비에서 여유를 찾는 그의 모습은 내야수로서의 천부적인 감각을 입증하고 있었다.
 |
2025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박준순이 도루에 성공하고 있다. 뉴스1 |
수비만 좋은 선수가 아니다. 박준순은 최근 타석에서도 물이 올랐다. 3일 경기에서는 KIA 에이스 양현종을 상대로 첫 멀티히트를 기록했고, 4일에는 특급 외국인 투수 네일을 상대로 좌전 안타와 도루까지 성공했다.
5일 경기에서는 4타수 2안타를 때려내며 3경기 연속 안타를 기록했다. 타율은 어느새 0.318까지 올랐다. 이쯤 되면 유망주가 아니다. 두산의 중심 내야수로 안착할 준비를 마친, ‘현재진행형 주전’이다.
박준순의 페이스가 6월 들어 비로소 오르기 시작한 데는 이유가 있다. 그는 작년 겨울 청소년대표팀 일정을 마친 뒤 팔꿈치 미세골절로 약 4개월간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방망이는 거의 잡지 못했고, 재활을 병행하며 시즌을 준비할 수 밖에 없었다.
덕수고 정윤진 감독은 “팔꿈치 미세골절로 훈련을 거의 못한 채 캠프에 합류했다. 지금의 활약은 오히려 당연한 수순일 뿐"이라며 "첫 멀티히트를 때렸을때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 정현우와 같이 학교에 자주 놀러온다"라며 제자를 향한 애정 어린 시선을 보냈다.
 |
덕수고 시절 박준순. 박준순은 고교 시절 황금사자기, 청룡기 연속 MVP를 수상했다.박범준 기자 |
사실 박준순은 황금사자기와 청룡기 연속 MVP에 오르며 컨택능력과 수비, 그리고 큰 경기 능력에서 완전한 검증을 끝냈다. 2학년때부터 야수 최대어로 꾸준히 이름을 올렸다. 5번이내 최상위권 지명도 고려됐던 자원이다. 하지만 5번안에 들어가기 힘들었던 것은 포지션의 한계 때문이다. 청량중 시절 유격수, 덕수고에선 주로 2루수를 맡았지만 유격수와 3루수 경험은 거의 없었다. 덕수고에 이미 수비력 뛰어난 선수들이 포진해 있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프로에서의 유격수·3루 수비는 처음이나 다름없지만, 그는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허경민이 떠난 자리, 두산은 그 빈자리를 메울만한 ‘젊은 허경민’을 얻었다. 여동건, 임종성, 이선우 등과 함께 팀의 미래를 짊어질 내야 재목 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이름이다.
야구는 흐름이다. 그리고 박준순은 그 흐름의 시작점에 서 있다. 비록 당장 내일 흔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박준순은 그럴수록 더 단단해질 자질을 갖춘 선수다. 내야의 핵심, 공격의 기폭제, 수비의 중심축이 될 수 있는 대형 유망주. 두산은 오랜만에 “박고 키울” 이유가 생겼다.
#덕수고 #박준순 #두산 베어스 #허경민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