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량 줄며 기후플레이션 현실화
작년 보리 생산량 27%↓ '최저치’
동서 보리차 공급량 3분의1로 뚝
작황 부진에 쌀·찹쌀·마늘 값 급등
상반기 저온현상에 빙과류 안팔려
지난해 작황 부진의 여파로 보리 수급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국내 1위 보리차(티백) 생산 기업인 동서식품의 납품 차질이 장기화되고 있다. 이달 말부터 올해 보리 수매를 앞두고 보리차 수급·납품이 안정화로 접어들 지 주목된다. 보리 뿐만 아니라 최근 찹쌀, 무 등 농산물이 이상 기후로 생산량이 줄면서 장바구니 부담을 압박하는 이른바 '기후플레이션'이 현실화되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보리차 시장 1위인 동서식품의 대표 제품인 '동서 보리차'의 유통 채널 공급이 차질을 빚고 있다. 이상 기후 등으로 인한 농작물 재배 여건이 악화되면서 국내산 보리 생산량이 급감한 탓이다. 아직 동서 보리차의 공급 중단 사태까지 발생하지 않았지만, 공급량이 평소 대비 3분의1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파악됐다. 동서 보리차의 국내 점유율은 약 70%(닐슨 코리아 기준)에 이른다. 연평균 매출액은 170억원 수준이다.
동서 보리차 제품은 국내산 보리 100%를 사용한다. 농협 등과 수매 계약을 통해 보리를 제공받는다. 동서식품 관계자는 "보리쌀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생산과 판매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납품이 중단되지 않았지만 수량이 충분히 공급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보리 생산량은 7만891t으로 전년 대비 27.5% 감소했다. 1966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다.
통계청은 "보리는 전년 파종기 가격 하락으로 재배면적이 7.7% 줄고, 생육 초기 잦은 강수로 전체 생산량 감소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통상적으로 보리는 매년 10~12월 파종하고, 이듬해 5~6월 수확한다.
동서 보리차의 공급 부족으로 대체 음료들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지난 1~5월까지 웅진식품의 즉석음용음료(RTD)인 하늘보리 대용량(1.35ℓ, 1.5ℓ) 제품의 판매량이 전년동기 대비 2.6% 늘어난 488만병이 팔렸다. 올해 보리 작황은 전년 대비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농협경제지주 관계자는 "지난해 파종기 때 날씨 영향이 일부 있긴 했지만, 수확 시기인 최근 날씨가 비교적 괜찮아 보리 생육도 원활한 상황"이라며 "올해는 평년 정도 생산량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리의 연간 평균 국내 수요량은 약 12만t이다. 농협이 5만t, 민간 7만t이다. 이중 농협은 생산량 감소에 따른 가격 급등으로 지난해 7000t 밖에 수매하지 못했다.
쌀, 찹쌀, 마늘 등 상당수 농산물도 이상 기후에 따른 작황 부진 등의 영향으로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의 지난 5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전년 동기 대비 찹쌀은 26.2%, 무 26.7% 마늘 20.7%씩 각각 급등했다.
올 상반기 저온 현상 등 이상 기후로 인해
롯데웰푸드,
빙그레 등 빙과 업계들도 울상이다. 아이스크림 등 빙과류는 기온, 강수량 등 기상 조건에 따른 영향을 많이 받는다. 지난 4월 초까지 눈이 내리는 등 저온 현상이 일어나는 이상기후로 인해 올해 2·4분기 빙과 업계의 판매 실적 악화가 우려된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지난 1·4분기 매출 실적만 보더라도 전년 대비 소폭 감소했다"며 "최근 4~5월 기상 여건이 좋지 않아서 역성장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롯데웰푸드의 대표적인 빙과 제품은 월드콘과 설레임, 스크류바, 죠스바, 돼지바 등이다. 빙그레 관계자도 "빙과류는 2·4분기와 3·4분기 실적이 중요한데 올 봄과 주말 날씨가 좋지 않아서 2·4분기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ssuccu@fnnews.com 김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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