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영상 및 디스플레이 상무, 부사장 상대 직장 내 괴롭힘 진정서
진정인 근로자에 해당해야 보호조치 권고 가능
상무 "임원이라도 사업자 지휘·감독 받을 경우 근로자"
삼성전자 "위임계약 체결, 근로자 아니다"  |
직장 내 괴롭힘 이미지. 뉴시스 |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 임원이 직속 상사를 상대로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기업 임원이 경영진의 괴롭힘 문제를 공론화한 것은 이례적이다. 다만 임원이 근로기준법에서 보호하는 '근로자'에 해당하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임원은 업무보고·출퇴근 등을 토대로 근로자라고 주장하지만, 삼성전자는 위임계약을 체결했다며 근로자가 아니라고 맞선다.
3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은 최근 삼성전자 수원본사에서 영상 및 디스플레이 업무를 맡고 있던 A상무 관련 직장 내 괴롭힘 진정을 접수받았다.
해당 진정서에는 올해 초부터 A상무의 직속상사이자 부문 팀장을 맡아 온 B부사장이 행위자로 적시돼 있다.
입수한 진정서에 따르면 B부사장은 부서 내 조직비 사용 현황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사실 검증 없이 A상무가 개인적으로 조직비를 유용한 것처럼 몰아가며 배임·횡령 혐의를 씌웠다.
A상무가 사실이 아니라고 설명해도 무조건적인 인정과 사과, 반성을 강요했다. 또 다른 임원이 A상무의 자료 비공유 문제를 거론하자, 소명 기회도 주지 않은 채 "내 선에서 잘라버릴 것"이라는 협박성 발언을 이어갔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 자료 공유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은 사실과 달랐고, 관련 내용은 주간 회의와 회의록을 통해 모두 공유된 상태였다고 A상무는 주장했다.
A상무는 진정서에서 "B부사장은 자신의 일정으로 보고가 미뤄졌음에도 마치 A상무가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것처럼 직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모욕했다"며 "회의 시간에 타 업무 담당자가 정보 누출 우려에 대해 언급하자 'A가 정보를 훔쳐갈까 봐 걱정하는 거네'라는 등 근거 없이 망신을 주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복수의 직원도 B부사장이 A상무에게 무례한 언사를 일삼았으며, 보고자료 공유와 관련해 사실과 다른 주장을 했다는 진술을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현재 A상무는 정신 건강 문제로 상담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진정서가 접수되면 노동청은 통상 사실 조사에 착수한다. 그러나 곧바로 조치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임원인 상무를 근로기준법상 보호 대상인 ‘근로자’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을 먼저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은 '진정인이 근로자에 해당해야 직장 내 괴롭힘이 성립한다'고 본다. 이를 근거로 노동청은 사용자(사측)에 조사 의무를 부여하고,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4항·5항에 따라 근무장소 변경·유급휴가 명령 등 보호조치를 권고할 수 있다. B부사장이 근로자를 지휘·감독하는 사용자로 인정될 경우 직접 과태료를 부과할 수도 있다.
현재 삼성전자는 상무 직급이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업무를 자유롭게 수행하도록 한 위임계약을 체결했다는 점을 근거로 ‘일반적으로 근로자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노동청에 전달한 상태다.
반면 A상무 측은 비등기 임원 신분으로 4대 보험에 가입돼 있고, 주간 회의와 비정기 일정을 통해 상세 업무를 보고하며 출퇴근 기록도 제출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워 근로자성을 주장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의 경우 "회사의 임원이라 해도 업무 성격상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것으로 보기에 부족하고, 실제로는 업무집행권을 가지는 대표이사 등의 지휘·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며 그 대가로 보수를 받아 왔을 경우 근로기준법이 정한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나와 있다.
노동청은 삼성전자에 추가 자료를 요청해 A상무의 위임계약이 근로계약에 포함될 수 있는지 검토할 예정이다.
김태연 태연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사실상 사업자의 지휘·감독을 받는 근로계약 내용의 위임계약을 체결해 온 임원들이 형식적인 절차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 경우가 다반사"라며 "최근에는 임원들도 자신의 권리를 명확히 확인하고 보호받기를 원하면서, 이런 사례가 누적되면 근로자와 동일한 보호를 받을 근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괴롭힘 #상사 #임원 #근로자성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Copyrightⓒ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