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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뉴시스 제공 |
[파이낸셜뉴스] 국내 자본시장에서 자사주 매입과 소각이 대표적인 주주환원 수단으로 자리매김한 가운데, 여야가 공감대를 형성한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차세대 주주환원 정책으로 떠오르고 있다.
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오는 2026년 상반기 도입이 예고된 이 제도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 ‘평등 대우’를 제도화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지배구조 선진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몇년 사이 정부와 국회는 기업의 주주친화정책 강화를 핵심 아젠다로 삼아왔다. 지난해 자사주 소각 의무화 논의에 이어,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까지 정책 일정에 포함되면서 주주환원 수단의 폭이 더욱 넓어지는 모습이다. 특히 인수합병(M&A) 과정에서 소수주주가 소외되는 문제를 보완하는 장치로서 의무공개매수제도가 시장 신뢰 회복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의무공개매수제도는 특정 주주가 상장회사의 지분을 25% 이상 취득해 최대주주가 되는 경우, 일반주주에게도 동일한 조건으로 지분 매각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지배주주가 누리는 경영권 프리미엄을 일반주주와 공유하도록 해 주주평등 원칙을 실현하는 제도로 평가된다.
해외 주요국은 이미 유사 제도를 운영 중이다. 영국, 독일은 30% 이상 지분 취득시 잔여 주식을 전량 매수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일본은 3분의 1 초과 취득시 공개매수를 통해 주식을 확보하도록 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관련 제도가 없어 일반주주가 매각 기회를 보장받지 못한 사례가 반복돼 왔다.
정치권에서는 도입 자체에는 합의했지만, 세부 설계에서는 이견이 존재한다. 현재 22대 국회에는 총 7개의 법안이 발의돼 있다. 하지만 모두 ‘25% 이상 지분 취득’을 요건으로 하되 매수대상과 가격 산정 방식에서 차이를 보인다. 여당안은 잔여 주식 전부를 매수하고, 최근 1년 최고가나 순자산가치 등을 기준으로 삼는 등 강도 높은 보호 장치를 담고 있다. 반면 야당안은 매수 규모와 가격 기준을 대통령령에 위임해 시장 수용성을 고려한 완화적 접근을 취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도 도입이 기업 지배구조 선진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대신증권 이경연 연구원은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주주평등 대우 원칙을 제도적으로 실현하는 수단으로, 소수주주의 권익 보호를 한층 강화할 수 있다”며 “기업의 자본시장 신뢰 회복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부담 요인도 지적된다. 자산운용사 한 관계자는 “모든 주식을 전량 매수하도록 강제할 경우 기업 입장에서는 자금 소요가 급격히 늘어나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주주환원 확대와 기업 경영 안정성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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